용왕님 제 아이폰을 받아주세여...

어제는... 바다에 아이폰을 조공하고 왔다... 헤헤...

방수팩이란걸 사서 나도 바닷물에서 사진찍고 놀겠다고 신나서 손에 들고 파도 타다가 갑자기 폭력배급 파도가 한방 밀려와 귀싸대기를 처얼썩 맞고 포졸들이 죄인들을 멍석에 패대기 치는 것 마냥 모래밭에 냅다 내동댕이 쳐졌는데 당연하게도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 역시 붕 하고 날았지요 녜녜...

파도에서 겨우 몸을 건지자마자 뒤이어 바로 몰아친 연속 파도에 한번 더 처얼썩 얻어터지느라 정신을 못차린 저는 휴대폰을 영영 바닷물에 보내줘버렸다는... 네 그러니까 주울 새도 없이 파도에 휩쓸려서 바닷물 깊이깊이 사라져버렸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_ㅜ

켄싱턴 설악비치 앞바다. 깨끗하지만 너무 급하게 깊어진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잠시 멍해지긴 했는데, 그래도 모처럼 놀러나와서 이걸로 기분 망치긴 싫으니까 에이 어쩔수 없다! 이러면서 물놀이를 계속 하다 왔다. 근데 처음부터 마음을 그렇게 아무일 아닌 것처럼 먹으니까 기분이 괜찮았다. 난 원래 어떤 일 하나가 어긋나면 그 다음을 생각하느라 온 신경을 거기 다 빼앗기는 타입인데, 이상하게 어제 일은 대수로운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날씨가 맑고 바다도 깨끗하고 파도타며 놀기 좋은 물살이었지만 간혹 어떤 파도는 위험하게 높아서 나연이나 나나 안 다치고 잘 놀고 온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하루종일 괜찮다가 밤에 잠이 들때, 휴대폰을 손에서 놓치던 그 찰나가 자꾸 생각나 이불킥 한 것도 사실입니다... 어쩔 수 없어 슬픈건 슬픈고야...^_ㅜ 켄싱턴 바다 이 깡패시키 왜 그래야만 했느아!!!!!

멘탈을 달래고 나니 몸도 곧이어 아파온다. 파도를 잘못 맞아서 모래땅에 패대기 쳐졌던게 하루 지나니 구석구석 쑤신다. 누가 나 자는 동안 각목으로 후두려 팬 느낌... 아무튼, 앞으로는 절대 물가에 휴대폰을 들고 다니지 않으리란 다짐을 했답니다.

[책] 상뻬의 어린 시절

장 자끄 상뻬의 일러스트들과 함께 그의 인터뷰를 실은 책. 제목이 그렇다시피 인터뷰는 주로 그의 유년시절에 대한 문답이 주를 이루는데, 생각보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것 같아서 의외였다. 그냥 가난하고 못살고 이런걸 떠나서 불화와 폭력이 빈번한 그런 가정에서 자라난 듯한... 물론 상뻬 본인은 그것을 심각한 과거로 여기지 않는 모양이지만 인터뷰어는 굳이 불행한 유년을 재확인하는, 다소 얄미운 질문을 많이 던진다. 번역에서 오는 느낌의 차이일런지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유복하기만 했다면 상뻬 특유의 조크와 순수함이 동시에 깃든 그런 스타일은 나오지 못했을거란 생각도 든다. 책에 실린 그림들은 정말 여유롭고 아름답다. 특히 후반부에 실린 해변 시리즈가 정말 좋았다.

L(인터뷰어 르카르팡티에): 당신 그림엔 또 나름대로의 욕망을 가진 어린 아이들도 등장합니다. 스스로 외톨이라고 느끼는 아이들, 주어진 장소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아이들... 그 그림들은 당신이 살아온 과정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만...

S(상뻬): 네, 그럴 수밖에 없겠죠. 어느정도는, 그렇죠. 어느 정도는 말입니다. 그런데 내가 아주 재미나게 생각하는, 내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현상이 있더라고요. 아주 희한하기까지한 현상이죠. 아주 가혹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조차 과거를 회상할 때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되는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그렇죠, 맞아요... 어떻게 해서 사람들은 언제나 기분 좋은 추억을 그러모으게 될까요? 정말 근사하죠!

책에 있는 그림은 아니지만 검색하다가 귀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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